
문턱
파이프갤러리는 10월 6일부터 31일까지 김찬송, 임지현, 황원해의 3인전 《문턱》을 개최한다. 문턱은 하나의 공간을 나누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감각과 존재가 마주하는 접면이다. 안과 밖, 현실과 이미지, 대상과 회화처럼 서로 구분되어 보이는 것들은 문턱을 사이에 두고 만나며, 그 만남의 순간 기존의 경계는 더 이상 고정된 상태로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사이의 감각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표면과 감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무엇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접촉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구분해온 세계의 경계가 어떻게 흔들리고 변화하는지를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살펴본다.
김찬송(b.1988)은 오랫동안 신체를 통해 존재의 견고함이 흐려지고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탐구해왔다. 익숙했던 자신의 몸이 어느 순간 낯설고 물성적인 대상으로 감각되는 경험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신체의 일부를 분절하고 확대하거나 얼굴을 가리는 장면을 통해 바라보는 주체와 대상 사이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최근에는 익명의 몸에서 더 나아가 ‘피부’라는 표면에 집중하며, 신체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감각적인 차원에서 탐구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피부는 단순히 신체의 외곽을 이루는 형상이 아니라, 외부와 접촉하고 시간을 통과하며 만남의 흔적을 기록하는 살아 있는 표면이다. 특히 피부에 맺힌 땀과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은 신체가 의식 이전부터 세계와 관계 맺고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김찬송은 이러한 피부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명확하게 분리해 인식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존재가 형성되고 흔들리는 감각적 순간을 화면 안에 붙잡는다.
임지현(b.1992)의 작업은 자연물과 식물에서 발견되는 생명력과 형상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자연에서 발견한 형상을 확대하고 변형하며, 캔버스 표면을 문지르고 비비는 직관적인 행위를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회화는 완성된 이미지를 담는 표면이 아니라 형상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과정이 드러나는 장으로 변화한다. 강렬한 색채와 추상적인 형태가 교차하는 그의 화면은 하나의 형상으로 고정되기보다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감각된다. 반복과 중첩을 통해 형상을 흐릿하게 남기는 임지현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이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대상이 회화적 과정 속에서 어떻게 해체되고 다시 구성되는지를 경험하는 데 있다. 그의 작업은 대상과 이미지, 관찰과 지각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를 드러내면서 회화를 고정된 재현의 평면이 아닌, 보는 행위와 함께 변화하는 가변적이고 열린 인식의 과정으로 확장한다.
황원해(b.1989)는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의 외피와 표면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균열의 순간을 포착해왔다. 그에게 도시는 익숙한 장소인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팽창하는 불가해한 공간이며, 그 안에서 신체는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감각적으로 흔들린다. 작가는 건축물의 파사드와 유리 표면, 스크린의 반사와 일그러짐처럼 도시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미시적인 장면에 주목하며, 현실과 이미지, 내부와 외부, 평면과 입체가 교차하는 도시의 감각을 회화로 옮겨온다. 이때 구체적인 건축의 형상과 추상적인 이미지를 서로 침투시켜 어느 하나가 완전히 드러나거나 사라지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황원해에게 회화는 완성된 도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평면이 아니라 외부의 움직임과 시간이 흔적처럼 쌓이고 다시 변형되는 유동적인 표면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그는 도시와 신체, 현실과 이미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틈과 그곳에서 감각되는 불안정성과 현기증의 경험을 회화적으로 확장한다..
세 작가는 각자의 고유한 관심과 조형적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세계를 바라본다. 김찬송은 신체를 둘러싼 감각과 피부의 물성을 통해 존재와 세계의 관계를 탐구하고, 임지현은 자연물과 식물에서 출발한 형상을 회화적 행위 속에서 변형하며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를 드러낸다. 황원해는 건축의 외피와 도시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반사와 일그러짐, 균열의 순간을 포착하며 현실과 이미지가 교차하는 장면을 회화로 옮겨온다. 서로 다른 출발점과 조형적 언어를 가진 세 작가의 작업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경계에 놓인 표면과 감각을 다루며, 그 경계가 고정된 선이 아니라 접촉과 변화가 일어나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문턱》은 서로 다른 작업이 만나는 자리에서, 익숙하게 나누어온 세계의 경계가 흔들리고 새로운 감각으로 이어지는 순간에 주목한다.